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한 행동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면, 의외로 기억이 흐릿하다. 알람을 끄고, 물을 마시고, 휴대폰을 집어 드는 일련의 과정은 거의 생각 없이 이어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이미 짜여 있는 흐름에 몸을 맡긴 느낌이 강해졌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바쁜 일정은 없었는데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버렸고, 남은 건 묘한 공허감뿐이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하루는 몇 번의 의식적인 결정으로 만들어진 걸까. 대부분은 자동으로 실행된 행동의 결과 아닐까. 습관이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엔, 반복되는 행동들이 너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설정된 자동화 규칙처럼.
박민규 기록편집자로서 일하면서 패턴을 보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정작 내 행동은 분석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 일을 시작하는 방식, 생각을 미루는 타이밍까지 비슷하게 반복된다는 걸 알아차린 건 어느 날 동료와의 짧은 대화 덕분이었다. “그건 네가 선택한다기보다 그냥 그렇게 되잖아.”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이후로는 행동 하나를 조금 느리게 바라보려 했다. 왜 지금 이 앱을 열었는지, 왜 같은 방식으로 일을 미루는지, 왜 특정 상황에서 늘 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답을 바로 찾지는 못해도, 질문을 던지는 순간만큼은 자동 흐름에서 잠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자동화는 편리하다. 에너지를 아끼고, 판단을 줄여준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자동으로 처리될 때, 그 결과까지도 무심코 받아들이게 된다. 이 기록들은 자동화된 습관을 끊어내기 위한 선언이라기보다,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는 관찰에 가깝다. 반복되는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선택의 흔적을, 하나씩 적어보기로 했다.
박민규 기록편집자